공포지수를 처음 알게 되면 이런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VIX가 아주 높아지면 시장이 겁을 먹었다는 뜻이니까 그때 주식을 사면 되는 것 아닐까?”
과거 폭락장을 살펴보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VIX가 40을 넘어선 뒤에도 시장이 훨씬 더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VIX가 무엇인지, 그리고 VIX 20·30·40을 어떻게 해석하면 되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숫자 설명을 잠시 내려놓고 실제 폭락장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2022년 금리급등장.
세 번 모두 미국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지만 VIX가 움직인 모습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먼저 세 번의 폭락장을 비교해보자
| 시장 | S&P500 하락 | VIX 특징 | 공포의 형태 |
|---|---|---|---|
| 2008 금융위기 | 최대 약 -56.8% | 80.86까지 상승 | 금융시스템 붕괴 공포 |
| 2020 코로나 | 약 -33.8% | 82.69까지 상승 | 단기간 패닉 |
| 2022 금리급등 | 약 -23% | 30 안팎이 많았음 | 오랜 기간 이어진 하락 |
표만 봐도 재미있는 차이가 보입니다.
2008년과 2020년에는 VIX가 80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에는 S&P500이 20% 넘게 떨어져 약세장에 들어갔는데도 VIX가 2008년이나 2020년 같은 수준으로 폭발하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2008년 금융위기|VIX 40을 넘었는데 끝이 아니었다
2008년은 공포지수를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 주택시장에서 시작된 문제가 금융기관으로 번지고,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은행끼리도 서로를 믿지 못하고 돈을 빌려주기를 꺼리는 상황까지 이어졌습니다.
S&P500이 고점을 형성합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시장 공포가 폭발합니다.
S&P500이 하루 5.7% 하락하고 VIX는 53.11에서 69.65로 급등합니다.
VIX는 결국 80.86까지 올라갑니다.
S&P500이 최종 저점을 기록합니다.
여기서 투자자가 실제로 겪었을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VIX가 40을 처음 넘어섰을 때는 이미 시장에 상당한 공포가 퍼져 있었을 것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떨어진 것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VIX는 50을 넘고, 60을 넘고, 결국 80을 넘어갔습니다.
공포가 상당히 커졌다는 것을 알려줬지만,
공포가 얼마나 더 커질지는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S&P Dow Jones Indices 자료에 따르면 S&P500은 2007년 10월 9일 고점에서 2009년 3월 9일 저점까지 약 56.78%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이전 고점을 다시 회복한 것은 2013년 3월이었습니다.
즉 금융위기 같은 장기적인 위기에서는 시장이 바닥을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2020년 코로나|VIX 82, 그런데 회복은 매우 빨랐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은 2008년과 모습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경제활동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투자자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시장은 천천히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무너졌습니다.
S&P500이 당시 고점을 기록합니다.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봉쇄 우려로 증시가 급락합니다.
S&P500이 하루 약 12% 하락합니다.
VIX가 57.8에서 82.69까지 상승합니다.
S&P500이 저점을 기록합니다.
S&P500은 2월 19일 고점에서 3월 23일 저점까지 약 33.8% 떨어졌습니다.
2008년보다 하락폭은 작았지만 속도는 훨씬 빨랐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3월 23일 저점 이후 S&P500은 빠르게 반등했고, S&P Dow Jones Indices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월에는 코로나 이전 고점을 넘어섰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 하락도 길고 회복도 길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 하락은 매우 빨랐지만 회복도 매우 빨랐습니다.
두 시장 모두 VIX가 80을 넘었지만 그 이후 주가 흐름은 상당히 달랐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VIX 80에서 샀으면 됐을까?
결과를 알고 과거 차트를 보면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2020년 3월 당시에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었고 세계 경제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도 알기 어려웠습니다.
VIX 50에서 주식을 사는 것도 무서웠을 것이고,
VIX 80에서는 오히려 더 손이 나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폭락장에서는 정확한 바닥을 맞히는 것보다 공포 수준에 따라 자금을 나눠 사용하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2022년|S&P500은 20% 떨어졌는데 VIX가 이상했다
2022년은 VIX를 공부할 때 꼭 함께 봐야 하는 사례입니다.
코로나 이후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금리가 오르자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던 성장주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S&P Dow Jones Indices가 분석한 2022년 약세장 구간에서 S&P500은 1월 고점에서 10월 저점까지 약 23%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VIX는 이상했습니다.
S&P500 연초 대비 하락폭
-20.5%
VIX 종가
28.71
Cboe는 당시 과거 비슷한 규모의 6개월 하락장에서 VIX 평균이 약 37.37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22년의 VIX가 이례적으로 낮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주식시장은 이미 약세장에 들어갔는데 공포지수는 2008년이나 2020년 같은 패닉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왜 2022년에는 VIX가 80까지 가지 않았을까?
2008년과 2020년에는 투자자들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거대한 사건을 마주했습니다.
2008년에는 금융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있었고,
2020년에는 세계 경제가 갑자기 멈추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반면 2022년의 핵심 문제였던 물가와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과정이었습니다.
시장에는 매일 새로운 충격이 발생했다기보다 높은 금리와 경기둔화 우려가 오랜 기간 주가를 누르는 형태에 가까웠습니다.
2022년 9월 13일 예상보다 높은 미국 물가 발표가 나오자 S&P500은 하루 4.3% 떨어졌지만 VIX는 23.9에서 27.3으로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VIX 40을 기다리기만 하면 큰 하락장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의 폭락장이 알려준 VIX의 진짜 사용법
이제 세 시장을 다시 비교해보겠습니다.
| 2008 | 2020 | 2022 | |
|---|---|---|---|
| 하락 형태 | 장기 붕괴 | 초고속 폭락 | 장기간 하락 |
| S&P500 | 약 -56.8% | 약 -33.8% | 약 -23% |
| VIX | 80.86 | 82.69 | 상대적으로 낮음 |
| 특징 | 공포가 계속 확대 | 공포가 빠르게 폭발 | 패닉 없이 하락 지속 |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VIX는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보여주는 변동성 지표입니다.
그래서 VIX가 매우 높으면 공포가 큰 것은 맞지만,
그 숫자 하나만으로 시장의 바닥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VIX 하나만 보면 안 된다
1편에서 VIX와 함께 두 가지를 더 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① VIX
시장 변동성
② 공포탐욕지수
투자자 심리
③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
실제로 주식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2022년 사례를 보면 세 번째 지표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VIX가 40을 넘지 않았더라도 S&P500은 이미 20% 넘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나스닥100이나 성장주는 더 큰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따라서 장기투자자는 VIX가 40이 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여러 지표가 동시에 공포를 나타내는지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폭락장 자금 1,000만원이 있다면?
이제 실제 투자 관점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평소 투자하는 적립금과 별도로 폭락장 추가매수용 현금 1,000만원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 단계 | 시장 상황 예시 | 추가매수 |
|---|---|---|
| 1단계 | VIX 20~25 / 지수 -5~-10% | 100만원 |
| 2단계 | VIX 25~30 / 지수 -10~-15% | 200만원 |
| 3단계 | VIX 30~40 / 지수 -15~-25% | 300만원 |
| 4단계 | VIX 40+ / 지수 -25% 이상 | 400만원 |
여기서 중요한 것은 표의 숫자를 정확한 공식처럼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핵심은 VIX 40에서 한 번에 전액을 투자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2008년처럼 VIX 40 이후에도 공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에 이 원칙이 필요했던 이유
만약 VIX가 처음 40을 넘었을 때 1,000만원을 전부 투자했다면 이후 VIX가 60~80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그대로 견뎌야 했습니다.
그리고 주가는 그 뒤에도 계속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자금을 여러 단계로 나눠 놓았다면 시장이 더 떨어질수록 조금씩 평균 매수가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폭락장에서 분할매수의 목적은 최고 수익률을 만드는 것보다 끝까지 시장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 가깝습니다.
2020년에는 왜 너무 기다리면 안 됐을까?
반대로 2020년에는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더 떨어지면 사야지.”
하면서 기다렸다면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습니다.
3월 23일 저점 이후 시장이 워낙 빠르게 반등했기 때문입니다.
폭락장에서 바닥을 정확히 맞히려 하면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생깁니다.
너무 빨리 전액 매수하면
→ 추가 폭락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너무 늦게까지 기다리면
→ 빠른 반등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계별 분할매수가 두 문제의 중간 지점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VIX 40은 매수 신호가 아니라 ‘경보’에 가깝다
이렇게 생각하면 VIX를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자동차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해서 자동차가 정확히 몇 km 뒤에서 멈출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습니다.
VIX도 비슷합니다.
VIX 20
→ 시장이 조금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VIX 30
→ 공포가 상당히 커진 상태입니다.
VIX 40 이상
→ 시장에 강한 충격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VIX 40 = 주가 바닥
이라는 공식은 없습니다.
세 번의 폭락장에서 얻을 수 있는 투자 원칙
2008년, 2020년, 2022년을 함께 보면 VIX를 이용하는 방법이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 원칙 | 이유 |
|---|---|
| VIX 하나만 보지 않는다 | 2022년처럼 낮은 VIX에서도 약세장이 가능 |
| VIX 40에서 몰빵하지 않는다 | 2008년처럼 60~80까지 상승 가능 |
| 너무 낮은 가격만 기다리지 않는다 | 2020년처럼 반등이 매우 빠를 수 있음 |
| 고점 대비 낙폭을 함께 본다 | 실제 가격 하락 정도 확인 |
| 현금을 여러 단계로 나눈다 | 추가 하락에 대응 가능 |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계산해본다
여기까지 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래서 실제로 VIX를 이용해 분할매수했다면 돈을 벌었을까?”
다음 편에서는 이 질문을 숫자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나스닥100에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
나스닥100 -10%
↓
-20%
↓
-30%
↓
단계별 분할매수
방식으로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평균 매수가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후 수익률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렇게 하면 공포지수를 단순히 구경하는 숫자가 아니라 실제 투자 전략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조금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 Cboe Global Markets, VIX Index Historical Data
· Cboe, VIX Index Attribution of Notable Tail Events
· Cboe, The VIX Index and Muted Volatility in 2022
· S&P Dow Jones Indices, Natural Selection: Tactics and Strategy with Equity Sectors
· S&P Dow Jones Indices, S&P 500 Dividend Aristocrats: The Importance of Stable Dividend Income
※ 과거 시장 수익률과 변동성은 미래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본문에 제시된 분할매수 방식은 투자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며 특정 ETF나 주식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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